전세계의 '놀이', 그리고 임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진지하게 담아냈다.
IMDb 평점은 6.9점이며, 40분 내외의 에피소드 6개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에피소드들은 각각 다른 테마의 '인간의 놀이' 를 조명한다. 사실 '놀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고 '스포츠' 혹은 '문화'라고 표현하는게 이 다큐에 담긴 내용을 포괄하기에 적합할 것 같다.
다큐는 '놀이'를 통해 그리고 거기에 얽힌 역사와 여기에 임하는 인간들의 자세를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나 목숨을 잃을 위험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는 놀이, 문화가 현대에는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는데 억지스럽지 않고 담담하다.
끝없는 사막을 달리는 마라톤의 참가자들, 에티오피아 마을에서 남성들이 마을의 여성들에게 자신의 존재감과 힘을 드러내기 위해 싸우는 문화, 스페인의 투우 문화, 쿠드르족의 매사냥 문화, 일본의 스모, 중국의 소림사 등등 전세계의 문화를 아름답게 그려내며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 마음, 자세를 들려준다.
영상미는 아름답고 내래이션은 진중하다.
에피소드를 보면서 계속 드는 생각 두가지는 '영상미가 미쳤다.', '이드리스 엘바(aka. 헤임달) 목소리도 미쳤다.' 였다. 에피소드의 톤은 절대 가볍지 않고 진중하고 가끔은 엄숙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일조한 게 바로 웅장한 영상미와 이드리스 엘바의 깊고 낮은 그리고 정중한 목소리다.
그래서 꼭 큰 화면이나 TV로 몰입해서 보시길 추천드린다. 별거 아닌 일이라도 이 영상팀과 이드리스 실바의 목소리라면 별 일처럼 만들어질 수준이다.
이 다큐는 자극적이라거나 즉각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건 아니라서 살짝은 지루한 감이 있다. 나 역시 한번에 모든 에피소드를 보진 못했고, 며칠에 나눠서 연달아 영상을 감상했다. 하지만 한번 틀면 1~2편은 순삭이고 에피소드의 주제가 내 취향이다 내 관심사다 싶으면 40분이 10분처럼 지나간다.
놀이는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고, 내적 동기가 무엇이든 우열은 없다.
다큐에서는 일본의 스모, 중국의 소림사가 등장하는데, 익숙한 국가들이고 문화라 내심 반가웠다. 스모의 경우, 나는 일본에서 스모 전문 학교가 있고 어려서부터 선발된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 계속해서 키워진다는 사실은 이 다큐를 통해 알게 됐다.
다큐의 논조는 어려서부터 스모를 접하고 프로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스모를 하는 내적 동기는 부모나 가족이 바람 때문이라는 식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선 체격을 키워야 하기에 주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자고 섭취하고를 반복하는데 그 결과 일반 성인 남성 대비 스모 선수들의 수명이 10년 이상 짧다고 언급한다.
사실 아이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누리지 못하고 프로 스모 선수의 세계로 너무 일찍 빠져들게 되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스포츠에 몰입하게 되는 경우는 많은 경우가 내적인 동기보다는 부모나 사회의 기대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일본이든 미국이든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큐에서는 스모에 임하는 아이들의 내적동기나 성취감을 좀 더 조명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고 전통을 지키려는 사회나 어른들에 의해 아이들이 희생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사됐다고 느꼈다.
하지만 알아보니 실제 일본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일부 있다. 스모 선수들은 건강에 대한 염려보다는 경기력에만 관심이 쏠리게 되고, 그 결과 선수들은 스스로 체중 감량이나 건강 유지를 위해 힘쓸 수가 없어서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선수들도 많다고 한다.
중국 소림사의 경우, 학교 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전국의 아이들이 소림사로 보내진다고 한다. 부모와 어릴때부터 멀리 떨어져 기숙학교에서 무술과 무예를 익힌다. 다큐는 이 어린이들이 소림사의 교육을 통해 체제에 순응하고 효율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 훈련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이런 단면적인 접근도 아쉬웠다.
그 외에도 2대째 생계와 마을을 위해 관광객을 끌고자 위험한 절벽 다이빙을 감행하는 부자의 이야기, 그리고 세네갈의 격투 스포츠와 이걸 둘러싼 겜블링 세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소재를 다루는 톤이 중립적이진 않다고 느껴졌다.
물론 중립적일 의무는 없다. 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에서는 판단이나 평가가 배제된 일관적인 톤이 유지되었었는데, 이 이야기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웠다.
다큐는 자신을 증명하거나 한계를 뛰어넘거나 하는 개인적인 동기의 놀이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생계를 유지하거나 사회나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거나 하는 식의 목적을 갖는 놀이에 대해서는 안타까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들 주어진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일 뿐이지 뭐가 더 좋고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까놓고 말하면 끊임없이 내 한계를 시험하고 어떤 고통으로 나를 밀어붙여 위험을 즐기는 것도 마냥 좋게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놀이나 스포츠에 몰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면의 어떤 불안이나 결핍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진정한 놀이'
쿠드르족의 매사냥이다. 넓은 평야에서 식량을 구하는 목적의 사냥을 위해 매를 길들여온 쿠드르족은 현재 매사냥을 순수한 놀이로 즐기고 있다.
매사냥에 참여한 한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놀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
한계를 넘겠다는 목적도, 가치나 문화를 계승하겠다는 목적, 생계를 꾸려나가겠다는 목적도 없이 즐기는게 '놀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매사냥 말고는 모두 '스포츠'에 해당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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